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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Sumer) 어원, 배경

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4000년경부터 기원전 2000년경까지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서 존재했던 고대 문명입니다. 수메르는 인류 최초의 문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체계적인 문자 체계와 도시 문명, 관개 농업 등 인류 문명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죠. 수메르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수메르 문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메르(Sumer)의 어원

'Su'와 'ngir'의 결합어

수메르를 나타내는 고대 수메르어 단어는 '키-엔-기르'였어요. 이는 'Su'(물결 무늬를 나타내는 말)와 'ngir'(밭고랑, 관개수로)가 결합된 말로 '물이 흐르는 땅'이라는 뜻이었죠. 수메르인들이 관개 농업을 하며 살았던 저지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던 거예요.

아카드어 '슈메르'에서 유래

기원전 24세기경 아카드 제국이 일어나면서, 아카드 인들은 수메르인들을 '슈메르'라 불렀어요. 수메르에 아카드어 어미 '-um'이 붙은 거죠. 이 '슈메르'라는 말이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거쳐 오늘날의 'Sumer'가 되었답니다.

성서의 '시날'과의 관련성

구약성서에는 '시날 평야'라는 말이 등장해요. 에덴동산이 있던 곳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일부 학자들은 이 '시날'이 '슈메르'에서 유래한 말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성서 상의 인류 탄생 무대와 수메르가 연결되는 셈이죠.

수메르 문명의 배경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수메르 문명이 꽃피운 무대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평야였어요. 메소포타미아라 불리는 이 지역은 두 강의 범람으로 기름진 토양을 갖추고 있었죠. 하지만 여름에는 극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어요. 이에 수메르인들은 관개 시설을 발달시키며 농경 생활을 영위했답니다.

관개 농업의 발달

메소포타미아의 자연환경은 관개 농업을 필수적으로 만들었어요. 수메르인들은 운하와 저수지, 둑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고 분배했죠. 이런 관개 시설들 덕분에 수메르에서는 밀, 보리, 대추야자 등이 풍성하게 자랄 수 있었어요. 농업 생산력의 증대는 수메르 문명의 물적 토대가 되었죠.

도시의 탄생

수메르에는 우루크, 우르, 에리두, 라가시 등의 도시국가가 발달했어요. 각 도시에는 지구라트라는 신전을 중심으로 왕궁, 관청, 주택, 시장 등이 들어섰죠.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살았어요. 도시에서는 잉여 생산물을 바탕으로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기도 했답니다.

지구라트와 왕권

수메르의 도시에서 핵심 건축물은 단연 지구라트였어요. 지구라트는 신을 위해 쌓은 누각으로, 도시의 중심부를 차지했죠. 최고 통치자인 '엔시'는 지구라트에서 신과 소통하며 도시를 다스렸어요. 즉 수메르의 왕권은 신권을 바탕으로 정당화되었던 거예요.

글쓰기의 발명

수메르에서는 기원전 3500년경 점토판에 그림 문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창고 관리를 위해 물품의 수량을 적는 수준이었죠. 이것이 점차 다양한 기호를 조합한 쐐기 문자로 발전하게 됩니다. 쐐기 문자로 행정 문서나 법전, 문학작품 등을 기록하면서 수메르의 문자 문화는 꽃을 피웠어요.

문자의 보급과 서기관

수메르에서는 에두바라는 학교가 세워져 서기관을 양성했어요. 서기관은 성전이나 왕궁에 소속되어 행정 실무를 담당했죠. 왕의 명령을 기록하고, 세금을 거두고, 재판을 집행하는 것도 서기관의 몫이었어요. 서기관은 도시를 다스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셈이죠.

수메르 문명의 영향

우르 제3왕조의 등장

기원전 21세기 말, 우르 시의 왕 우르남무가 수메르 지역을 통일하고 우르 제3왕조를 세웠어요. 이때 수메르 문명은 최고 전성기를 맞게 됐죠. 46년간 존속한 이 왕조에서는 수메르어가 국어로 지정되었고, 『길가메시 서사시』 같은 문학작품도 탄생했어요.

최초의 법전 함무라비 법전

우르 제3왕조 멸망 이후 수메르는 아모리인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아모리 출신의 함무라비 왕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세웠는데요. 그가 반포한 함무라비 법전에는 수메르의 법 체계가 반영되어 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의 법칙은 함무라비 법전의 유명한 조항이죠.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로 계승

수메르 문명의 유산은 후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고스란히 이어졌어요. 수메르의 신들은 바빌로니아 신화에 차용되었고, 수메르의 건축과 예술은 아시리아에 계승되었죠. 바빌로니아의 마르둑 신전이나 아시리아의 라마수 상 등에서 우리는 수메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고대 그리스로 전해진 수메르 문명

수메르 문명은 그리스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수메르의 12진법은 고대 그리스의 시간 체계로 이어졌고, 수메르 서사시는 그리스 신화에 모티브를 제공했죠. 영웅의 모험을 다룬 『길가메시 서사시』의 대목들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차용되고 변주된 걸 볼 수 있어요.

이렇듯 수메르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자 모든 문명의 어머니라 할 만해요. 물이 흐르는 땅에서 시작된 수메르 문명은 관개 농업, 도시, 문자 등 인류 문명의 핵심 요소들을 탄생시켰죠. 시날에서 비롯되었다는 구약 성서의 기록은 수메르가 인류 문명의 원형이었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요. 비록 수메르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적 유산은 후대 문명의 토양이 되어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